그간 마블이나 DC 코믹스를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생각으로만 가져오다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제일 먼저 도전해 본 책들은 비교적 이전의 스토리를 잘 몰라도 되는 플래닛 헐크와 그 후속편격인 월드워 헐크, 그리고 그래픽 노블의 전설 왓치맨이다.
그 중 플래닛 헐크를 읽어본 소감을 좀 적어볼까 한다.
특히 이런 코믹스들은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에 아이언맨을 시도해보았는데 너무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 우선 한글판을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플래닛 헐크의 경우에는 읽으면서 바로 영어판은 도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많은 고유명사 및 새로운 세계를 표현하기 위한 신조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은 한 편의 대서사시라고 할 만 하다. 책은 400여페이지에 풀컬러로 종이 재질 때문인지 들고 보기 무거울 정도였다.
내가 대서사시라고 표현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스토리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마치 오딧세이나 후린의 아이들 같은 아주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둘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시를 읽으며 재미를 느끼지는 않듯이 엄청난 흡입력의 재미가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오해는 마시라.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니까.
사실 너무 방대한 스토리를 너무 작은 공간에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헐크의 팀원들인 워바운드 각각이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정도인데 이를 400페이지의 소설도 아닌 만화에서 표현하려 했다는 것은 너무 심한 압축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영화로 나온다면 어떨까 싶다. 아니 영화보단 인크레더블 같은 애니로 만들어지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것도 성인용으로...
그림에 있어서는 이게 무슨 그림이지 싶어 한참을 들여다봐야 아 이런 그림이구나 하고 넘어가는 그런 그림들이 종종 있었고, 배경의 묘사가 대충 그렸다 싶은 그림들도 종종 보였다. 물론 요새처럼 컴퓨터로 그린 만화가 아니라서 그럴 것 같다.
헐크, 새도, 레드킹, 실버서퍼 등 비교적 최강의 파워를 가진 자들의 파워도 그 파워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 부분은 사실 표현하는데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에 나온 맨오브스틸의 경우를 보더라도 슈퍼맨 급 히어로들의 싸움은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맨오브스틸, 드래곤볼에서 보여주는 그런 표현 말고는 딱히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산을 받치거나 행성의 지각을 바로잡는 그런 액션을 어떻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할 때 우리도 공감을 하는데 우리는 상상 자체가 어려운 것을 표현하려니 표현하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이러한 나의 불평들에도 불구하고 이 플래닛 헐크는 읽어야 할, 그리고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자 이젠 헐크의 복수를 보러 가야겠다.